극단민예 제134회 정기공연 / 서울특별시 무대공연 지원작
바람의 딸
공연일시 ㅣ 2003. 12. 18 - 12. 28
공연장소 ㅣ 세우아트센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비에게 죽음의 신 오구는 운명은 거역할 수 있는게 아니라며 단 한 명이라도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아비의 원대로 삶을 지속할 시간을 더 주겠노라 약속한다.
아비의 운명을 건 내기로 인해 바리는 세상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설화 속 지옥여행을 이 시대의 현상으로 투영해 현실의 어두운 곳으로 바리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행에서 바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삶의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눈을 잃은 노파, 아내를 대신해 죽음을 택하는 사형수, 아버지(중독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파는 창녀 등... 자신이 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여긴 바리는 그들을 만나면서 어둠이라고 생각한 그들의 마음에서 진정한 희망을 본다.
  죽음을 벗어나게 해주려는 바리의 노력은 뜻하지 않는 누이를 찾아헤매는 소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바리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고 괴로워하며, 바리는 시간을 돌려 스스로 소년의 목숨을 대신하는 선택을 한다. 바리의 죽음으로 소년이 다시 산 거다.
  오구는 죽음 마저(소년의 죽음) 이겨낸 바리의 희생에 죽음의 신으로 영원히 사느니 죽음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더라도 인간으로 돌아가길 원하며 자신의 옷을 벗어 아비에게 준다.
  유한성이 가진 가치를 아름답게 형상화한다는것은 선택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인간에겐 선택할 수 있는 의지가 있고 그 선택은 세상을 탓하기 전 자신의 선택이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유한성을 지닌 인간의 선택이므로 그 가치는더 높다 하겠다.
  아비는 영원한 생명을 얻어 신의 길로 들어선다.
  바리의 몸 속에 잉태되었던 새 생명은 세상으로 나와 어미의 품에 안기면서 어미의 힘(모성)의 구원과 만난다. 죽어서도 다시 사는 희생의 가치를 생명의 그것과 만나게 하고자 함이다. 이는 바리 설화의 원형에서 볼 수 있는 생명수를 형상화 한 부분이며 한국 전통 설화의 원형을 살려서 현대적 의미로 끌어오는 한 부분이라 하겠다.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짜여진 각본 앞에선, 인간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택은 어떤 것일까. 그 선택 앞에서 당신의 운명을 걸어보시겠는가.